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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라이드 (코미디, 우정, 송크란 페스티벌)

by lovewsy1030 2026. 3. 5.

학교 다닐 때는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들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연락 한 번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제 여행 가자"는 말만 수없이 했지만 실제로 실행된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영화 '퍼스트라이드'는 바로 이런 현실을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닌 친구들이 10년 만에 약속했던 태국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리는데, 겉으로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를 꽤 현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지켜진 약속, 그 안에 담긴 현실

영화는 여섯 살 때부터 함께한 네 명의 친구가 고3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태국 송크란 페스티벌 여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송크란 페스티벌(Songkran Festival)이란 태국의 전통 새해를 기념하는 축제로, 물을 뿌리며 축복을 나누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축제를 의미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친구들 중 한 명인 연민이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기 전에 함께 추억을 만들고자 했던 이 계획은 공항 가는 버스를 놓치면서 무산됩니다.

저는 이 설정이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졸업 여행을 약속했다가 결국 가지 못한 사례가 많았거든요. 영화 속에서 태정이가 "다음에"라는 말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학창 시절 친구와의 정기적 만남 비율이 졸업 후 5년 차에는 약 37%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영화는 10년이 지난 후 도진이가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다시 친구들을 모읍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각 캐릭터가 10년 동안 겪은 변화입니다. 전국 1등을 했던 태정이는 국회의원 비서관이 되었고, 금복이는 스님이 되기 위한 수행 과정 중이며, 도진이는 정신과 입원을 12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서도 다시 모일 수 있다는 설정이 저는 부러웠습니다. 저 역시 오래된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모일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됐거든요.

코미디 속에 숨은 우정의 본질

영화의 장르적 특성은 분명 코미디입니다. 캐릭터 설정부터 과장되어 있고, 상황 자체도 웃음을 유발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은우를 닮았다는 연민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잘생긴 줄 모르고, 금복이는 눈을 뜨고 자는 스킬을 마스터했으며, 도진이는 방울이라는 소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설정만 봐도 영화가 얼마나 가볍고 유쾌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코미디 뒤에 숨은 메시지였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면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친구 관계의 본질을 계속 환기시킵니다. 태국에 도착한 후 가이드의 차가 도난 차량으로 밝혀지고, 대사관 직원에게 "맨날 유치장에서 잘 거면서 호텔은 뭐 하러 잡았냐"는 농담을 듣는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코미디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여행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영화가 활용하는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순서를 의미하는데, '퍼스트라이드'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캐릭터들의 관계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현재 시점의 여행만 보여줬다면 그냥 가벼운 코미디로 끝났을 텐데, 과거 장면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했는지,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면서 깊이를 더했습니다.

남대중 감독은 전작 '30일'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결국은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방식이죠. '퍼스트라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하늘, 윤경호, 고규필, 최귀화, 강지영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각자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 안에서 우정의 진정성은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도진이가 "내 20대는 정신병자로 살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친구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농담으로 받아치면서도 결국은 함께 가기로 결정하는 그 순간이 바로 우정의 본질이거든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코미디에 치중하다 보니 일부 캐릭터의 내면이 조금 더 깊게 다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도진이의 경우 입원을 12번이나 했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게 단순히 코미디 소재로만 활용되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영화의 주된 톤이 코미디인 만큼 너무 무겁게 갈 수는 없었겠지만, 조금만 더 깊이 있게 접근했다면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10월 29일 문화의 날에 개봉해서 7,000원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극장에서 가볍게 웃으면서 동시에 오래된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가성비 있는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퍼스트라이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합니다. "다음에"라는 말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라는 것이죠. 저 역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가 가볍지만 확실하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코미디로 웃다가 마지막에는 친구가 보고 싶어지는 영화, '퍼스트라이드'는 그런 작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J8lfKsyx5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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